Content | 오늘날 동시대 미술계에서는 다채로운 상(像)들이 교차한다. 실재와 가상, 이성과 몽상, 구상과 추상. 반전(反轉)이 엇갈리며 다양성이 피어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술이 다양성 확보를 위해 외연을 확장하는 한편, 그 기원부터 함께했던 재현적 회화의 영역에서는 여전히 그것이 피상적인 차원에만 머무르도록 하는 요소가 잔존해 있음을 지적한다. 이에 따라 미메시스의 세계를 작가적 관점에서 의도된 ‘공백’이 대상(the thing) 간 긴밀한 결합을 훼손함으로써 ‘모방에 그친’ 세계로 재정의했다. 의도된 맹시는 회화로 일어서는 세계를 단조롭게 만든다. 이는 비단 회화만의 문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그것을 그려내는 이와, 눈으로 읽는 이들의 시선의 작동 메커니즘마저 획일화시킨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기존의 원근법적 재현의 관점을 프랑스의 현상학자 장-뤽 마리옹의 “관점(perspective)”으로 치환하고, 나아가 “관점”이 그림과 마주할 때 발생하는 역설을 해소함으로써 회화적 다채로움을 되살리고자 했다. 마리옹에 따르면 “관점이란 곧 역사적으로 설정된 이론이 아니라, 시선의 근본적인 직무로 이해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관점이 미술을 개념화하고, 고착하려는 시도를 위한 도구였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전시에서는 “시선의 역설”을 반전시킴으로써 재현적 회화 세계의 다원성 복원을 시도한다. 가려지고 은폐된 것들을 화면 위로 불러들여 온전한 전체를 보도록 하는, 원초적인 감각 경험을 이끌고자 했다. 탐구의 정밀성을 위해 시지각의 사각지대를 회화가 불러들이는 세계의 차원과, 회화 그 자체의 매체적 차원으로 나누어 제시했다.
유채은은 부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를 메타 인지적으로 풀어냄으로써 다채로운 현실을 수복한다. 초점 밖에서 뭉그러진 채 스러지는, 작은 순간들을 담아낸다. 모래사장 위 발자국과 해초 더미, 연못 바닥에 가라앉은 동전처럼 연약한 찰나를 되짚는 것이다. 이때 유채은의 태도는 상황의 박제보다는 주변을 맴돌다 흩어지는 감각을 하나씩 쓰다듬어보는 행위에 가깝다. 시간의 걸음에 발맞춰 놓아주되, 그에 앞서 ‘불완전함’을 주시해볼 것을 권유한다. 이는 작가가 생각하는 회화의 본질과도 맞닿는다. 유채은에게 회화란 선형적 궤도를 따라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때에 정주하는 것. 그가 주목하고자 하는 찰나도 마찬가지이다. 발자국 하나 없이 깨끗한 해변도, 해초와 미세 플라스틱이 떠밀려온 해변도 모두 머물 가치가 있는 순간이다. 덕분에 우리의 일상(日常)은 한층 허술하지만 안락한 ‘일상(一相)’으로 회귀한다.
정수현은 회화의 의식적 맹점(Attentional Blindness)을 면밀한 시선으로 파헤치며, 공상과 현실의 경계를 가시화함으로써 이를 해소한다. 대상을 인식함에 있어 홀시되었으나, 실상 그것의 본질에 가까웠던 형상을 포착하는 것이다. 카메라 옵스큐라에 투영되기에 앞서 빛이 머금고 들어온 형상 자체, 북소리에 앞서 엮인 가죽과 지지체 따위가 이것이다. 정수현은 이것을 담담하게, 그러나 여태껏 인식해 온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그려낸다. 화면에 병치된 요소들은 본래 하나로부터 비롯되었음에도, 그것에 드리운 그림자를 완전히 걷어냈다는 사실로써 초현실적인 감각을 유도한다. 이 같은 작가적 시도는 대상을 재현하는 차원을 넘어, ‘회화’ 그 자체에 대한 탐구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치밀하다. ‘회화’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캔버스’, 다시 말해 광목천에 가렸던 ‘틀’에 주목하는 것이다. 작가에 의해 가공된 목재틀은 전면부의 형상과 직접 맞물리며, 일면적인 미적 체험의 가능성을 후면부까지 확장시킨다.
유채은과 정수현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회화적 재현 세계의 빈틈을 메운다. 이들은 습관적으로 탈락시켜 왔던 것들을 포착해 되살릴 정도로 날카롭지만, 여백을 채울 뿐 그 이상 부풀리지 않는 부드러운 이타성을 지녔다. 경직된 채 한 점으로 수렴되던 시선의 관습은 유채은과 정수현의 재현을 따라 유희적으로 풀어진다.
글 박윤아
Foreword Exhibition map
[유채은] 학력 2025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평면전공 전문사, 재학 2020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학부 서양화과, 졸업
단체전 2024 G-force : 충돌지점을 기억하세요 Pt. 2, 이대서울병원, 서울
2024 서양화 전공 졸업 전시 G-force : 충돌지점을 기억하세요, 이화여자대학교, 서울 2022 덜다 : 減, 이화아트센터, 서울 2022 진(眞)실재의 천사, 성수 볼록, 서울 2022 악! 피어내다, 이대서울병원, 서울 2022 MAYDAY 이화여자대학교 창립 136주년 기념전시, 이화여자대학교, 서울
수상 및 선정 2024 이 작품을 주목한다, 이화여자대학교, 서울 CV instagram Artist's note [정수현] 학력 2025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조형예술학부 서양화과, 재학 2020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학부 서양화과, 졸업
단체전 2025 직교놀이, 코소, 서울 2025 와일드 번치 vol.2, 디스위켄드룸, 서울 2024 서양화 전공 졸업 전시 G-force : 충돌지점을 기억하세요, 이화여자대학교, 서울 2024 뾰족함이 굴러가네, 시대여관, 서울
수상 및 선정 2025 천만 아트 포 영, 천만장학회, 서울 2024 이 작품을 주목한다, 이화여자대학교, 서울
CV instagram Artist's note | Credit | 작가 유채은 정수현 기획 및 서문 박윤아 촬영 신예영 포스터디자인 방지연 설치도움 유채은 정수현 박윤아 주최/주관 코소 후원 코소
Artist. Yoo Chaeeun Chung Soohyun Curation and foreword. Park Yuna Photograph. Shin Yeyoung Poster Design. Bang Jiyeon Installation support. Yoo Chaeeun Chung Soohyun Park Yuna Hosted and Organized by COSO Support. CO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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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O 주관]
[전시정보]
이번 전시에서는 미술이 다양성 확보를 위해 외연을 확장하는 한편, 그 기원부터 함께했던 재현적 회화의 영역에서는 여전히 그것이 피상적인 차원에만 머무르도록 하는 요소가 잔존해 있음을 지적한다. 이에 따라 미메시스의 세계를 작가적 관점에서 의도된 ‘공백’이 대상(the thing) 간 긴밀한 결합을 훼손함으로써 ‘모방에 그친’ 세계로 재정의했다. 의도된 맹시는 회화로 일어서는 세계를 단조롭게 만든다. 이는 비단 회화만의 문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그것을 그려내는 이와, 눈으로 읽는 이들의 시선의 작동 메커니즘마저 획일화시킨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기존의 원근법적 재현의 관점을 프랑스의 현상학자 장-뤽 마리옹의 “관점(perspective)”으로 치환하고, 나아가 “관점”이 그림과 마주할 때 발생하는 역설을 해소함으로써 회화적 다채로움을 되살리고자 했다. 마리옹에 따르면 “관점이란 곧 역사적으로 설정된 이론이 아니라, 시선의 근본적인 직무로 이해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관점이 미술을 개념화하고, 고착하려는 시도를 위한 도구였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전시에서는 “시선의 역설”을 반전시킴으로써 재현적 회화 세계의 다원성 복원을 시도한다. 가려지고 은폐된 것들을 화면 위로 불러들여 온전한 전체를 보도록 하는, 원초적인 감각 경험을 이끌고자 했다. 탐구의 정밀성을 위해 시지각의 사각지대를 회화가 불러들이는 세계의 차원과, 회화 그 자체의 매체적 차원으로 나누어 제시했다.
유채은은 부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를 메타 인지적으로 풀어냄으로써 다채로운 현실을 수복한다. 초점 밖에서 뭉그러진 채 스러지는, 작은 순간들을 담아낸다. 모래사장 위 발자국과 해초 더미, 연못 바닥에 가라앉은 동전처럼 연약한 찰나를 되짚는 것이다. 이때 유채은의 태도는 상황의 박제보다는 주변을 맴돌다 흩어지는 감각을 하나씩 쓰다듬어보는 행위에 가깝다. 시간의 걸음에 발맞춰 놓아주되, 그에 앞서 ‘불완전함’을 주시해볼 것을 권유한다. 이는 작가가 생각하는 회화의 본질과도 맞닿는다. 유채은에게 회화란 선형적 궤도를 따라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때에 정주하는 것. 그가 주목하고자 하는 찰나도 마찬가지이다. 발자국 하나 없이 깨끗한 해변도, 해초와 미세 플라스틱이 떠밀려온 해변도 모두 머물 가치가 있는 순간이다. 덕분에 우리의 일상(日常)은 한층 허술하지만 안락한 ‘일상(一相)’으로 회귀한다.
정수현은 회화의 의식적 맹점(Attentional Blindness)을 면밀한 시선으로 파헤치며, 공상과 현실의 경계를 가시화함으로써 이를 해소한다. 대상을 인식함에 있어 홀시되었으나, 실상 그것의 본질에 가까웠던 형상을 포착하는 것이다. 카메라 옵스큐라에 투영되기에 앞서 빛이 머금고 들어온 형상 자체, 북소리에 앞서 엮인 가죽과 지지체 따위가 이것이다. 정수현은 이것을 담담하게, 그러나 여태껏 인식해 온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그려낸다. 화면에 병치된 요소들은 본래 하나로부터 비롯되었음에도, 그것에 드리운 그림자를 완전히 걷어냈다는 사실로써 초현실적인 감각을 유도한다. 이 같은 작가적 시도는 대상을 재현하는 차원을 넘어, ‘회화’ 그 자체에 대한 탐구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치밀하다. ‘회화’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캔버스’, 다시 말해 광목천에 가렸던 ‘틀’에 주목하는 것이다. 작가에 의해 가공된 목재틀은 전면부의 형상과 직접 맞물리며, 일면적인 미적 체험의 가능성을 후면부까지 확장시킨다.
유채은과 정수현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회화적 재현 세계의 빈틈을 메운다. 이들은 습관적으로 탈락시켜 왔던 것들을 포착해 되살릴 정도로 날카롭지만, 여백을 채울 뿐 그 이상 부풀리지 않는 부드러운 이타성을 지녔다. 경직된 채 한 점으로 수렴되던 시선의 관습은 유채은과 정수현의 재현을 따라 유희적으로 풀어진다.
글 박윤아
Foreword
Exhibition map
[유채은]
학력
2025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평면전공 전문사, 재학
2020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학부 서양화과, 졸업
단체전
2024 G-force : 충돌지점을 기억하세요 Pt. 2, 이대서울병원, 서울 2024 서양화 전공 졸업 전시 G-force : 충돌지점을 기억하세요, 이화여자대학교, 서울
2022 덜다 : 減, 이화아트센터, 서울
2022 진(眞)실재의 천사, 성수 볼록, 서울
2022 악! 피어내다, 이대서울병원, 서울
2022 MAYDAY 이화여자대학교 창립 136주년 기념전시, 이화여자대학교, 서울
수상 및 선정
2024 이 작품을 주목한다, 이화여자대학교, 서울
CV
instagram
Artist's note
[정수현]
학력
2025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조형예술학부 서양화과, 재학
2020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학부 서양화과, 졸업
단체전
2025 직교놀이, 코소, 서울
2025 와일드 번치 vol.2, 디스위켄드룸, 서울
2024 서양화 전공 졸업 전시 G-force : 충돌지점을 기억하세요, 이화여자대학교, 서울
2024 뾰족함이 굴러가네, 시대여관, 서울
수상 및 선정
2025 천만 아트 포 영, 천만장학회, 서울
2024 이 작품을 주목한다, 이화여자대학교, 서울
CV
instagram
Artist's note
기획 및 서문 박윤아
촬영 신예영
포스터디자인 방지연
설치도움 유채은 정수현 박윤아
주최/주관 코소
후원 코소
Artist. Yoo Chaeeun Chung Soohyun
Curation and foreword. Park Yuna
Photograph. Shin Yeyoung
Poster Design. Bang Jiyeon
Installation support. Yoo Chaeeun Chung Soohyun Park Yuna
Hosted and Organized by COSO
Support. COSO
[전시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