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에: 틈새 관찰일지

'그 사이에: 틈새 관찰일지'는 몸과 마음에 디톡스가 필요했던 시기에 가졌던 몇 달의 안식기간 중에 기록해 두었지만, 일상으로 돌아온 후에는 묵혀두고 있었던 것들에 다시 연결을 시도해 본 작업이다.

전환이 필요해서 3개월 동안 머물렀던 낯선 도시에서 첫 한 달을 지냈던 곳은 작은 아파트의 스튜디오룸이였다. 주변 모든 것들이 생소했지만 설레였고 들떠 있었다. 첫째 주는 마을 주변을 다니느라 방안에 머문 시간이 많지 않았고 2주 정도 지나자 조금씩 방안에서 쉴 수 있는 여유가 생겨서 발코니에서 멍하니 있는 시간도 있었다. 특별히 감상할 뷰는 아니었지만 기존 작업으로 인해 창밖 풍경과 사람들을 관찰하는 습관이 있어서 여기저기를 둘러보던 어느 날, 바람에 날려 나무에 걸린 청바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쉽게 볼 수 없는 흥미로운 풍경이었기에 기록하다가 그 아래 건물 사이의 좁은 틈으로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심심하기도 했고 언제 나타나게 될지 모를 사람들을 기다리는 재미로 더 관찰하게 되었다.

충전을 위한 쉼의 시간을 지내던 중에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을 지켜본다는 것은 바빠 보이던 그들과 비교하며 삶의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었고, 나는 서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걷거나 달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대로 쉬어도 되는가 하는 불안이 밀려들기도 했었다. 그래도 그때의 휴식은 그 후 나의 삶에 에너지를 주었음을 이제는 안다.

그렇게 잊고 지냈던 그때를, 육아로 휴직의 시간을 보내다가 아이의 성장으로 개인 시간이 조금씩 생기게 되면서 다시 떠올려보게 되니, 이 모든 멈춤이 그 다음 어떠한 곳으로 연결 시켜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소공전 프로젝트’를 알게 되었고, 자투리 공간에 설치 된 철제렉이 전시장이라는 독특한 점에 끌렸다. 버려질 수 있는 공간에 쓸모를 부여했다는 점이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작업에 다시 연결을 시도해 본다는 것과 통한다는 생각이 들어, 여기에서 짧은 관찰일지를 공개하고자 한다.

글 이보배

Artist's note

Exhibition map

[이보배]
학력
2014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사진디자인전공 석사 졸업
2006 대구예술대학교 사진영상학과 학사 졸업

개인전
2025 그 사이에: 틈새 관찰일지, 코소공간, 서울
2021 떠나가는 것들 X 이어지는 나날들, 송정동 팝업전시공간, 서울
2020 국민장난감, 사이아트 도큐먼트, 서울
2016-2018 외딴집 프로젝트, 송정동 팝업전시공간, 서울

단체전
2024 붙잡아도 흩어지는, 369예술터, 서울
2023 STAF ‘Serendipity(뜻밖의 행운)’, 아라아트센터, 서울
2018 GIAF 특별 기획전 ‘예술의 시대, 시대의 예술’,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서울
2017 타나토스, 실험극X사진X영상, 홍대 포스트극장, 서울
2016 너는 가까운 나의 벗, 갤러리이룸, 서울
2015 들여다본다, 우리, 방천네갤러리, 대구
2014 29.5 서른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아트스페이스, 서울
2012 POST-PHOTO, 토포하우스, 서울

기타
2018 아르코 신진작가 워크숍, 아르코미술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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