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tent | 빛과 바람의 대지
서지인의 작품은 개별적이면서도 이어져 작동한다. 같은 크기와 형태의 캔버스들이 일종의 단위를 이루어 함께 구성되며, 세라믹 작품도 합세한다. 각각의 작품의 단면들은 여러 방향으로 이어지기 위한 장치다. 더 큰 그림을 위한 자르기 전략이다. 간격은 예상 밖의 결합이 예비되는 잠재적 자리가 된다. 대개 사각형이 기본이지만 원형 캔버스도 있다. 원형 캔버스는 최소한의 접면으로 이어지곤 한다. 회화와 드로잉, 그리기와 만들기의 구별이 사라지고, 시각에만 한정된 감각 또한 부정된다. 그의 작품에 내재한 확장성은 감각에도 시공간에도 해당된다. 그의 작품은 주도면밀하게 내용과 형식을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몸과 무의식에 새겨진 기억과 감각의 흐름을 받아내고 흩뿌리는 장(場)이다. 여러 캔버스를 횡단하는 작품은 섬광과 무지개 등 몇몇 알아볼 수 있는 도상이 즉흥적인 흐름과 뒤섞인다. 별 모양의 빛도 그렇고 반원형의 무지개도 그렇고 모두 바깥으로 뻗어나가는 형태다.
낮은 채도의 부드러운 색감이 에너지 넘치는 선적 흐름을 다소간 차분하게 해준다. 서지인의 작품은 천체 또는 기후적 현상들 같이 보이지만 잡기 힘든 것을 다룬다. 세라믹 작업은 한 손에 움켜쥔 흙덩이로부터 시작하며, 작가에게는 그림이나 드로잉 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러 형식의 작품에 편재하는 도상인 무지개는 다리나 길을 떠올린다. 아무것도 없는 벌판에서 별빛에 의존해서 길을 떠나던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막막한 공간 속에서 작가는 스스로만 알아볼 수 있는 지도를 그리며 나아간다. 하지만 그것이 정확한 목적지를 찾아가는 여정은 아니다. 출발점도 도착하고서야 알 수 있다. 그의 작품에 큰 영감을 주었던 사막은 뻥 뚫려있지만 바람에 따라 지형이 수시로 바뀌는 미로이다. 미로에서는 전진과 우회의 구별이 없다. 그곳에서 빈 캔버스를 연상한 것은 이후 작품의 성격을 특징짓는다. 문명의 바깥에 홀로 서서 하얀 캔버스를 마주하는 작가의 붓질은 정처 없으면서도 빠르게 나아간다.
(중략)
작가는 그리는 것만큼이나 지우고 다시 덮기를 반복한다. 결국 ‘이미지란 지워지면서 남는 것’이다. 그의 작업방식은 어부의 생업을 떠올린다. 매일 그물을 던지는 그에게 원하는 고기가 낚이는 것은 우연 반 필연 반이다. 작가는 몸과 무의식에 기억되고 축적된 것이 떠올라 화면에서 저절로 흐르는 순간을 기다린다. 4호 사이즈 캔버스 200여개가 배치되어 하나의 화면을 이루는 작품 [증식하는 풍경]은 회화의 확장을 시도했던 최근의 대표적인 실험이다. 그것은 거대한 풍경같지만 각각의 캔버스는 재배열이 가능하다. 전시 맥락에 따라 또는 한 전시에서도 배치는 달라질 수 있다. 작품 사이의 틈은 도약과 비약이 일어나는 장이다. 그림을 설치방식으로 푸는 작품은 평면적 순간이 아닌 입체적 지속을 추구한다. 회화는 출발이자 종착이지만 그 사이에서 회화라고 특정할 수 없는 여러 과정이 포함된다. 세포나 원자 등으로 비교될 수 있는 그림의 단위들이 조합되기 위해 간격이 중요하다.
그 때 작가가 식물과 비유하는 것은 흥미롭다. 파종과 그림과의 비유는 마치 정원술처럼 인간과 자연의 협업을 전제한다. 작가가 씨앗을 뿌리지만 그것의 성장과 결실까지는 장담하지 못한다. 작업은 제어할 수 있는 부분과 그럴 수 없는 부분이 섞이는 과정이다. 서지인의 도자 작업은 회화와 드로잉의 연장이다. 도자에 색이나 선을 추가했다는 것이 아니라 ‘만져지는 붓질에 대한 연구과정’이다. 물감도 흙과 같은 질료일 수 있다. 한편 가마에 들어가야 하는 도자의 속성상 작가 손을 떠난 부분이 존재하는데, 그 또한 회화에서의 유동적 과정과 다르지 않다. 직관적으로 형태를 만들고 경험이나 훈련으로 색감으로 칠하지만, 소성할 때는 ‘불확실한 미래에 내 던지는 것 같은 과정’을 피할 수 없다. 작가는 도자 작업을 하면서 ‘손으로 흙을 밀고, 꼬집고, 주무르면서 생기는 우연한 형태에 집중했다. 특히, 한 손이 자연스럽게 쥘 수 있는 부분을 넣어 작업하는 것’이 중요했다. 구상과 실행 중 어느 하나는 중심을 잡아 줘야하기 때문은 아닐까. 무지개를 ‘잡기’ 위해서는 가장 구체적인 물질의 도움도 받아야 하는 법이다.
이선영(미술평론가)
Critique Exhibition map
[서지인] 학력 2010 중앙대학교 서양화학과 졸업 서양화 전공/조소 부전공
개인전 2025 Flash Flesh, COSO, 서울 2024 기억의 틈; 빛이 스미다, 라운디드플랫, 서울 2023 ‘팟칭’, 갤러리 도스, 서울
단체전 2025 작가의 사생활: 일과 취미 사이의 사적인 장면들, Alpha contemporary, 도쿄, 일본 2025 반복과 증식; 감각의 밀도 속에서, 갤러리아트숲, 부산 2024 Shape of time[시간의모양], 린파인아트갤러리, 서울 2024 독립, 도슨트갤러리, 부산 2023 일렁일렁 - 서지인, 신재연 초대2인전, 예술공간아름, 수원 외 다수
레지던시 2024 2월 한달거주 프로그램 선정
프로젝트 2024 Shape of time[시간의모양], 린파인아트갤러리, 서울 2011 Independence Day, Able Fine Art NY gallery, 서울
아트페어 2025 화랑미술제 in 수원, Suppoment Gallery 2025 화랑미술제, Lynn fine art Gallery 외 다수 CV instagram Artist's note | Credit | 작가 서지인 글 이선영 촬영 신예영 포스터디자인 서지인 설치 서지인 주최/주관 코소 후원 아트허브 평론지원
Artist. Seo Ji In Critique. Lee Sun Young Photograph. Shin Yeyoung Poster Design. Seo Ji In Installation support. Seo Ji In Hosted and Organized by COSO Support. ARTH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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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O 주관]
[전시정보]
서지인의 작품은 개별적이면서도 이어져 작동한다. 같은 크기와 형태의 캔버스들이 일종의 단위를 이루어 함께 구성되며, 세라믹 작품도 합세한다. 각각의 작품의 단면들은 여러 방향으로 이어지기 위한 장치다. 더 큰 그림을 위한 자르기 전략이다. 간격은 예상 밖의 결합이 예비되는 잠재적 자리가 된다. 대개 사각형이 기본이지만 원형 캔버스도 있다. 원형 캔버스는 최소한의 접면으로 이어지곤 한다. 회화와 드로잉, 그리기와 만들기의 구별이 사라지고, 시각에만 한정된 감각 또한 부정된다. 그의 작품에 내재한 확장성은 감각에도 시공간에도 해당된다. 그의 작품은 주도면밀하게 내용과 형식을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몸과 무의식에 새겨진 기억과 감각의 흐름을 받아내고 흩뿌리는 장(場)이다. 여러 캔버스를 횡단하는 작품은 섬광과 무지개 등 몇몇 알아볼 수 있는 도상이 즉흥적인 흐름과 뒤섞인다. 별 모양의 빛도 그렇고 반원형의 무지개도 그렇고 모두 바깥으로 뻗어나가는 형태다.
낮은 채도의 부드러운 색감이 에너지 넘치는 선적 흐름을 다소간 차분하게 해준다. 서지인의 작품은 천체 또는 기후적 현상들 같이 보이지만 잡기 힘든 것을 다룬다. 세라믹 작업은 한 손에 움켜쥔 흙덩이로부터 시작하며, 작가에게는 그림이나 드로잉 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러 형식의 작품에 편재하는 도상인 무지개는 다리나 길을 떠올린다. 아무것도 없는 벌판에서 별빛에 의존해서 길을 떠나던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막막한 공간 속에서 작가는 스스로만 알아볼 수 있는 지도를 그리며 나아간다. 하지만 그것이 정확한 목적지를 찾아가는 여정은 아니다. 출발점도 도착하고서야 알 수 있다. 그의 작품에 큰 영감을 주었던 사막은 뻥 뚫려있지만 바람에 따라 지형이 수시로 바뀌는 미로이다. 미로에서는 전진과 우회의 구별이 없다. 그곳에서 빈 캔버스를 연상한 것은 이후 작품의 성격을 특징짓는다. 문명의 바깥에 홀로 서서 하얀 캔버스를 마주하는 작가의 붓질은 정처 없으면서도 빠르게 나아간다.
(중략)
작가는 그리는 것만큼이나 지우고 다시 덮기를 반복한다. 결국 ‘이미지란 지워지면서 남는 것’이다. 그의 작업방식은 어부의 생업을 떠올린다. 매일 그물을 던지는 그에게 원하는 고기가 낚이는 것은 우연 반 필연 반이다. 작가는 몸과 무의식에 기억되고 축적된 것이 떠올라 화면에서 저절로 흐르는 순간을 기다린다. 4호 사이즈 캔버스 200여개가 배치되어 하나의 화면을 이루는 작품 [증식하는 풍경]은 회화의 확장을 시도했던 최근의 대표적인 실험이다. 그것은 거대한 풍경같지만 각각의 캔버스는 재배열이 가능하다. 전시 맥락에 따라 또는 한 전시에서도 배치는 달라질 수 있다. 작품 사이의 틈은 도약과 비약이 일어나는 장이다. 그림을 설치방식으로 푸는 작품은 평면적 순간이 아닌 입체적 지속을 추구한다. 회화는 출발이자 종착이지만 그 사이에서 회화라고 특정할 수 없는 여러 과정이 포함된다. 세포나 원자 등으로 비교될 수 있는 그림의 단위들이 조합되기 위해 간격이 중요하다.
그 때 작가가 식물과 비유하는 것은 흥미롭다. 파종과 그림과의 비유는 마치 정원술처럼 인간과 자연의 협업을 전제한다. 작가가 씨앗을 뿌리지만 그것의 성장과 결실까지는 장담하지 못한다. 작업은 제어할 수 있는 부분과 그럴 수 없는 부분이 섞이는 과정이다. 서지인의 도자 작업은 회화와 드로잉의 연장이다. 도자에 색이나 선을 추가했다는 것이 아니라 ‘만져지는 붓질에 대한 연구과정’이다. 물감도 흙과 같은 질료일 수 있다. 한편 가마에 들어가야 하는 도자의 속성상 작가 손을 떠난 부분이 존재하는데, 그 또한 회화에서의 유동적 과정과 다르지 않다. 직관적으로 형태를 만들고 경험이나 훈련으로 색감으로 칠하지만, 소성할 때는 ‘불확실한 미래에 내 던지는 것 같은 과정’을 피할 수 없다. 작가는 도자 작업을 하면서 ‘손으로 흙을 밀고, 꼬집고, 주무르면서 생기는 우연한 형태에 집중했다. 특히, 한 손이 자연스럽게 쥘 수 있는 부분을 넣어 작업하는 것’이 중요했다. 구상과 실행 중 어느 하나는 중심을 잡아 줘야하기 때문은 아닐까. 무지개를 ‘잡기’ 위해서는 가장 구체적인 물질의 도움도 받아야 하는 법이다.
이선영(미술평론가)
Critique
Exhibition map
[서지인]
학력
2010 중앙대학교 서양화학과 졸업 서양화 전공/조소 부전공
개인전
2025 Flash Flesh, COSO, 서울
2024 기억의 틈; 빛이 스미다, 라운디드플랫, 서울
2023 ‘팟칭’, 갤러리 도스, 서울
단체전
2025 작가의 사생활: 일과 취미 사이의 사적인 장면들, Alpha contemporary, 도쿄, 일본
2025 반복과 증식; 감각의 밀도 속에서, 갤러리아트숲, 부산
2024 Shape of time[시간의모양], 린파인아트갤러리, 서울
2024 독립, 도슨트갤러리, 부산
2023 일렁일렁 - 서지인, 신재연 초대2인전, 예술공간아름, 수원 외 다수
레지던시
2024 2월 한달거주 프로그램 선정
프로젝트
2024 Shape of time[시간의모양], 린파인아트갤러리, 서울
2011 Independence Day, Able Fine Art NY gallery, 서울
아트페어
2025 화랑미술제 in 수원, Suppoment Gallery
2025 화랑미술제, Lynn fine art Gallery 외 다수
CV
instagram
Artist's note
글 이선영
촬영 신예영
포스터디자인 서지인
설치 서지인
주최/주관 코소
후원 아트허브 평론지원
Artist. Seo Ji In
Critique. Lee Sun Young
Photograph. Shin Yeyoung
Poster Design. Seo Ji In
Installation support. Seo Ji In
Hosted and Organized by COSO
Support. ARTHUB
[전시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