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네모, 스크래치

지난 여름, 작업실 옥상에서 바라본 달빛을 나는 잊지 못한다. 그 빛 아래를 유영하던 구름, 자유롭게 날아가던 새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해결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문제들 속에서도, 나는 그 틈을 붓질로 파고들며 돌파할 수 있으리란 믿음을 얻었다. 그렇게 나의 작은 붓질은 네모난 작은 세계에 조용한 균열을 만든다. 그림의 세계는 곧 나의 세계다. 종이 위에 마른 붓질을 반복할수록, 나는 나의 세계를 아주 조금씩 깨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잘록한 초승달과 청명한 구름을 그리고, 그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드는 새를 더하면, 그것은 어느새 누군가를 대변하는 하나의 세계가 된다. 달과 구름을 담기 위해서는 하늘이 필요하다. 하늘을 그리기 위해, 평평해 보이지만 미세하게 다른 두께를 지닌 종이의 표면 위를 붓이 스친다. 반복된 붓질은 촘촘하고 울퉁불퉁한 결을 남기며, 그 위로 청명한 하늘이 펼쳐진다. 달과 구름을 그리기 위해, 나는 먼저 하늘을 그렸다. 어둡고 축축한 삶의 형태를 짊어진 채, 희망과 염원을 안고 살아가는 누군가처럼, 나 역시 빛을 그리기 위해 어둠을 그려 나간다. 함께하는 어떤 것의 형태를 따라, 붓의 결을 따라가며, 종이를 긁고 스크래치를 낸다. 그렇게 작은 네모 안에, 나의 세계가 천천히 그려진다.

글 진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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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현]
학력
2022 세종대학교 대학원 한국화전공 졸업
2017 세종대학교 한국화전공 졸업

개인전
2025 5월 예정 파람, 파람, 파람, 상업화랑 을지로, 서울
2025 작은 네모 스크래치, 코소공간, 서울
2024 이불장 속 눈송이, 다이브 서울, 서울
2023 풀꽃이 드르렁, 플레이스 막2, 서울
2019 예쁜 강아지가 있었다면, 삼육빌딩, 서울

2인전
2023 Memory Marks, 갤러리 플레이리스트, 부산

단체전
2025 개꼬리 무덤, 갤러리 인 HQ, 서울
2025 허공에 쓴 문장들, 예술공간 의식주, 서울
2024 소품물(小品物), 오온 서울, 서울
2024 Encounter, 갤러리 플레이리스트, 부산
2024 Next-up_2, 화인페이퍼 갤러리, 서울
2024 Next-up_1, 온수 공간, 서울
2024 Happy birthday_2, 그블루 갤러리, 서울 외 다수

아트페어
2024 판 아트 페어, 파주, 예술공간 의식주, 서울
2024 더 프리뷰 아트 페어, 성수, 예술공간 의식주, 서울
2024 Drawing Growing, 이음갤러리, 미학관, 서울 외 다수

선정
2024 소품물(小品物), 오온 단체전 공모
2023 Ex-up, 상업화랑 공모
2020 불교미술 프로젝트 ‘미륵회’ 아르코 미술관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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